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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LP

전인권·허성욱 ‘1979-1987 추억 들국화’ [1987년]

by 음악수집가 2020.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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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허성욱 ‘1979-1987 추억 들국화’ [1987년]


들국화의 ‘영광의 시대’는 너무나 짧게 끝나버렸다. 당시 젊은이들의 송가였던 ‘행진’과 ‘그것만이 내 세상’의 시대는 단 한 장의 앨범을 정점으로 해서 빠르게 저물어갔다. 물론 이듬해 들국화의 두번째 앨범이 나오기는 했지만, 사실상 데뷔 앨범을 마지막으로 들국화의 역사는 끝나버린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국화의 2집 앨범은 네명에서 여섯명으로 멤버가 더 늘어난 채 발표됐지만, 이주원(따로또같이)의 이야기대로 들국화의 창단 멤버였던 조덕환이 음악 외적인 이유로 빠지게 되면서부터 본래의 빛남은 깨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들국화의 2집 앨범은 1집 앨범처럼 각 멤버들의 역량이 모두 집결된 게 아닌, 그저 단순히 각 멤버들의 소품들을 모아놓은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1집 앨범에서 ‘그것만이 내 세상’과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사이에 자리한 ‘매일 그대와’는 매우 사랑스러운 소품이었지만, ‘내가 찾는 아이’ ‘님을 찾으면’ ‘또 다시 크리스마스’ 같은 노래들이 계속 이어지는 2집 앨범은 소품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앨범, 들국화의 보컬리스트였던 전인권과 키보디스트였던 허성욱이 만든 이 ‘추억 들국화’ 앨범을 들국화의 실제적인 2집이라 하는 건 너무 과한 얘기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 앨범의 타이틀이 ‘추억 들국화’이고, 이 앨범에 최성원부터 최구희, 주찬권까지 들국화의 모든 멤버가 세션으로 참여했다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이 앨범은 들국화 1집이 갖고 있던 치열함과 노래의 진실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들국화 1집만큼의 좋은 노래들로 앨범은 채워져 있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 최고의 번안곡이라 칭해도 좋을 ‘사랑한 후에’, 자신들의 이상향을 노래하는 ‘머리에 꽃을’, 그리고 노래하는 이의 진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유’ 같은 노래들은 노래 자체로서 이 앨범이 얼마나 훌륭한 앨범인지를 증명하고 있는 좋은 예이다. 그리고 들국화 멤버들의 안정적인 연주를 바탕으로 최구희와 함춘호가 번갈아가며 들려주는 기타 솔로는 지금까지도 얘기되고 있는 명연이었다. 앨범의 반쪽 허성욱은 ‘북소리’에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격정적인 피아노 솔로와 함께 거의 모든 곡에서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어내며 앨범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었다.
전인권은 자신의 모든 재능이 최상에 있을 때 이 앨범을 만들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간과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그가 단순히 좋은 보컬리스트만이 아니라 그만큼 훌륭한 송라이터라는 사실이다. 그가 비록 ‘행진’을 부르며 ‘포효하는’ 보컬리스트로 각광을 받았지만 그 전에 이미 그는 그 노래를 직접 만든 주인공이기도 했다. 이 앨범에서도 그는 거의 대부분의 노래를 직접 만들었고, 이후 자신의 (공식적인) 첫번째 앨범에서도 훌륭한 명곡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는 ‘보컬리스트’ 전인권이라는 이미지에 가려 창작자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지금은 비록 그가 ‘인권이 라이프’로 대표되는 희화화된 이미지와 ‘약 없이는 살 수 없는’ 이상한 아저씨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 앨범에서의 전인권은, 그리고 1980년대의 전인권은 정말 훌륭한 음악인이었고 훌륭한 예술가였다. 그래서 지금 그의 기행과 그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 사랑한후에
https://youtu.be/7SdVhViNtKU

 

* 사랑한후에 원곡
https://youtu.be/GgwhNKlToTo

 

* 사노라면
https://youtu.be/IT5347frL-U

 

* 이유
https://youtu.be/jAvchqkF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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